혹독한 추위와 자연환경 극복위해 훈제, 절임요리 발달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스웨덴은 약 45만㎢에 남북의 길이가 1,574km나 되는 긴 나라로 북부지역은 빙하지역이고 남부지역은 평원이다. 국토의 5%가 산림이고 호수가 9만6천여개나 있어 강을 포함한 호수 총면적은 국토의 9%에 달한다. 전 국토의 1/7이 북극권에 속하지만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기후는 온난한 편이다. 여름철(6~10월) 기온이 15~22℃로 이때는 태양도 길어 날씨가 가장 좋다. 라플란드에서는 여름에 백야가 2개월동안 계속된다. 반면 10월이 지나면 흐린 날이 많아지고 점차 기온이 내려가 본격적인 겨울인 12~3월이 되면 북부 지방의 경우 하루종일 영하의 기온이다.
입헌군주국인 스웨덴의 인구는 약 8백90만명이며 그 중 북부 게르만족의 후예인 스웨덴인이 95%다. 소수민족으로 핀족(약 3만명)이 동북부에 살고 있으며 북부지방에도 순수 토착민인 라프족(사미족;약 1만5천명)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아직도 순록지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70년대에 약 50만 명의 외국인이 이주해 살고 다. 이들의 50%는 핀란드인이며 나머지는 그리스·독일·터키·영국·폴란드·이탈리아인들.
스웨덴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바이킹과 노벨상이 있다. 암초가 많아 항해하기 어려운 스웨덴과 노르웨이 해안을 거점으로 삼고 주로 북해에서 해적으로 활동하던 바이킹은 다만 호전적인 바다 사나이들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상은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해적이라고 한다.
또 노벨상에 대해 얘기하자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함으로써 인류 대량살상의 빌미를 제공한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로 축적한 자신의 재산을,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데 써달라고 유언함으로써 제정된 상으로,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했던 노벨평화상이 가장 유명하다. 중세에 가장 잔인한 해적들의 후예가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노벨평화상을 제정하고 시상하고 있다니 스웨덴은 역사가 만들어낸 참으로 아이러니한 국가이다.
스웨덴은 동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주의
과거와 현재의 극단적인 특징을 적절히 섞어 스웨덴은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나라로 유명하다(다수의 유럽국가들이 그러하지만). 또 사회제도에서도 가장 본받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 4번째로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스웨덴은 경제력과 1인당 국민 소득도 수준급이며 특히 사회 보장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례로 취업주부가 아이를 낳을 때 출산 한 달 전에 출산 유급휴가를 가질 수 있고, 육아휴직은 12개월이나 된다. 일반 평균소득보다 소득이 낮은 가정은 주택보조비를 받으며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60세 이상의 노인인구를 위해 출장 간호사, 파출부 형식의 가정부 등과 같은 지방자치 사회보장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근사한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세금의 부담은 엄청나다. 스웨덴 국민들은 총수입의 30%를 직접세로, 상품과 용역에 대한 12~25%의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 여하튼 세금으로 걷어진 막대한 공공자금은 스웨덴을, 일하지 않는다고 굶어죽는 일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음식에 있어서는 풍요한 나라로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웨덴이 음식에 있어서 풍요로운 나라는 아니었다. 위도상으로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그린란드 남부와 같은 곳에 위치해 작물을 재배할 여름이 짧은데다 경작지가 국토의 9%에 불과해 채소류 식자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혹독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할만한 과학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의 스웨덴은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과 맞물린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서양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지만 특히 북유럽은 육류요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오래 끓이거나 굽는 것이 스웨덴 요리의 전통적인 요리방법으로, 겨울이 길었던만큼 절임, 건조 등의 조리법이 발달했다.
청어, 연어, 가재 등 해산물 풍부
북유럽 3개국의 식문화는 매우 유사한 특징을 지닌 반면 대부분 유사한 환경을 가진 중부유럽이나 남부유럽과는 차이를 보인다.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북유럽 3개국이 지리상으로 유럽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있어 여타의 유럽과 다른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3개국간의 유사성은 그들이 같은 민족으로 처음에 하나의 뿌리로 시작했으며 다 같은 바이킹의 후예들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해산물과 생선요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경작지가 국토의 9%밖에 되지 않아 야채류가 부족한 반면 북해, 특히 난류인 멕시코해류와 한류가 만나는 풍부한 어장을 갖고 있다. 연어, 대구, 청어, 장어, 새우, 바닷가재 등이 풍부해서 식탁에는 거의 대부분 청어, 연어, 가재나 새우가 오른다.
이중 스웨덴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연어로, 훈제하거나 마리네이드에 절인 연어요리를 즐긴다. 또 8~9월경에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바닷가재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힘은 일이겠지만, 스웨덴에서는 일반 식료품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어 스웨덴인들은 햇살 좋은 8월 야외에서 일광욕을 하며 백포도주와 가재 요리를 즐긴다. 스웨덴 사람들의 식사는 생선과 해산물 외에도 보통 감자와 육류요리가 곁들여진다. 육류요리로는 소고기 스테이크나 미트볼이 주류를 이루며 돼지고기와 닭고기, 양고기도 즐겨먹어 로스트 치킨, 비프 스튜, 돼지갈비구이, 양고기스테이크 등도 스웨덴 요리의 주메뉴로 등장한다.
부페의 원조가 된 바이킹 요리
특히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국에서는 절이고 말리고 훈제한 요리를 즐겨 먹는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사냥, 어획 등을 통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노루, 사슴, 야생조류, 청어, 연어 등-를 절이고 말리고 훈제한 요리를 즐겨 먹는데, 이는 오랜 항해와 스칸디나비아의 긴 겨울 때문이다. 또 긴 겨울에 어울리는 저장음식인 치즈, 소시지등이 스칸디나비아 요리의 전형적 메뉴.
이 모든 요리를 포함한 스웨덴의 명물요리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공통적인 바이킹 요리. 9~11세기경 바이킹시대를 거쳐 해상왕국으로 성장했으며 지금도 바이킹의 후예라 불리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는 ‘스모가스보드(Smorgasbord)’라는 바이킹 요리가 유명하다.
스모가스보드는 원래 전채요리를 의미했으나 그 양과 메뉴의 풍성함으로 부페요리로서 명성과 인기를 얻었다. 스모가스보드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 청어, 연어, 치즈, 감자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는 스모가스보드를 ‘스모’라고 하는 약식부페로 보편화시켜 빵과 버터, 치즈 그리고 청어요리 등의 음식을 즐긴다.
시간절약 위한 간단한 식사문화 발달
스웨덴의 아침식사는 빵과 치즈, 샌드위치, 커피 등으로 이뤄진다. 물과 호밀가루에 소량의 소금만으로 반죽해 만든 검은색의 딱딱한 빵에 버터나 치즈를 얹어 먹거나, 고기를 끼운 샌드위치, 커피 대신 걸쭉한 요구르트를 먹기도 한다. 스웨덴인들은 농경사회의 후예들로서 남부유럽인들과 달리 근면과 부지런함을 지녔다.
이는 식습관에도 그대로 나타나서 시간절약을 위해 점심식사도 허기를 때우는 정도로 간단히, 가볍게 먹는다. 외식비가 비싼 이유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짧은 낮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북유럽사람들 특유의 근면함이 배어있는 식습관이다. 반면 시간의 여유가 있는 저녁식사는 생선, 소시지, 육류요리, 감자 등으로 풍성하게 차려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라고 해도 스웨덴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대부분의 유럽과 비교해 길지 않으며 양도 많지는 않다.
하지만 스웨덴인들은 근면하고 절제하지만 즐길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식적인 저녁식사모임이나 파티의 식사예절 및 풍습인 건배가 이 점을 대변해준다. 특히 만찬 중간에 손님 중에서 누군가가 일어나 주인에게 고맙다 내용의 인사를 하고 건배를 권하면 모두 일어나 잔을 비우고 앉는데, 다음에는 주인이 일어나 답사를 하고 다시 한 번 건배를 권하며 이후 식사 중간 중간에 누구라도 일어나 말을 하고 건배를 권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
술에 관해 엄격한 나라
바이킹의 후예들인 스웨덴인들은 술을 매우 즐기는 민족이며 추운 겨울날씨 덕에 스웨덴산의 독한 보드카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스웨덴 본토에서는 알콜도수가 올라갈수록 가격이 비싸고, 특히 3%이상 함유된 술은 국가가 독점권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영 전문점에서 신분증(20세 이상)을 제시해야만 살 수 있는 등 술을 마시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쉽게 구할 수 있고 알콜함유량이 적은 맥주를 즐겨 마신다. 따라서 식사시에도 맥주를 즐겨마신다. 저녁식사에는 와인을 즐기기도 하지만 와인은 모두 수입품이라 특별한 만찬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맥주를 곁들인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미네랄 워터를 마신다. 우유는 전 국민이 즐겨 마시는 음료수로 특히 점심때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시며 공기가 맑은 만큼 물도 깨끗해 수도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최근 일본초밥 비롯한 동양음식에 관심 높아져
스웨덴에는 세계의 다양하고 많은 식당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물론 고급과 중급 레스토랑을 포함해 피자리아 ·펍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셀프 서비스 레스토랑과 스탠드 식의 음식점까지 다양한 음식업태가 있다.
스웨덴에는 전통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며 외국계의 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스웨덴식 정통요리는 매우 비싼 반면 이태리 요리는 비교적 저렴하다. 셀프서비스의 레스토랑 등에서 맛볼 수 있는 ‘다겐스 래트(Dagens Ratt ; 오늘의 점심식사)’는 매일매일 메뉴가 달라지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스웨덴인들이 즐겨찾는 메뉴. 저렴한 식사는 주로 중국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며 스낵류는 거리 가판대나 핫도그 판매대에서 살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최근 이태리의 파스타 및 아시아 음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음식은 일본문화의 유입과 함께 들어온 생선초밥이 유행하면서 기름기가 적고 영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건강식으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중국과 인도음식도 전문식당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5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들로 인해 외국 음식문화가 널리 자리잡을 수 있었다.
스보드(Smo¨rgasbord)
스모가스보드는 바이킹이 오랜 항해를 끝내고 고향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해 먹고싶은 만큼 집어다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원하는 음식만 적당히 덜어먹는 부페는 바로 이 바이킹의 식사방법이 원조라고 한다.
스모가스보드는 보통 뜨거운 감자를 곁들인 청어로 시작해 장어, 연어 등 생선요리를 먼저 즐긴다. 생선요리는 주로 훈제요리나 절임요리이며 향신료를 곁들인다. 이 스웨덴의 생선요리들을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특유의 비린내 등으로 거부감이 일기도 하지만 스웨덴만의 방법으로 레몬즙, 치즈, 차이브 크림 등을 곁들이면 그 나름대로 색다른 북유럽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스모가스보드의 두번째 코너는 차가운 육류와 가금류, 그리고 햄, 각종 샐러드 등의 차가운 요리이며 마지막은 오믈렛, 미트볼, 그라탕, 소시지 등의 따듯한 요리로 마무리 된다. 특히 스웨덴인들은 감자를 좋아해 매 식사 때마다 곁들이며 샐러드에는 완두콩과 당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축제와 관련된 음식문화
6월 말경 하지가 되면 남부 스웨덴에는 낮이 길어지고 북부 스웨덴은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맞은 따뜻하고 맑은 날을 환영하기 위해 스웨덴에서는 전통적으로 하지축제(Midsummer Eve)를 성대하게 치른다. 스웨덴의 가장 큰 축제인 이날은 바닷가재를 즐기고 꽃으로 장식된 기둥 주위를 돌며 풍요를 기원한다.
한편 가재가 가장 풍부하고 맛 좋은 시절인 8월에는 가재축제를 즐기는데 단순히 가재맛을 보는 것 만이 아니라 짧았던 여름의 아쉬움을 달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루터교를 국교로 갖고 있는 스웨덴에는 종교와 관련된 축제도 많은데 특히 근래에 들어 만들어진 루시아 축제(Lucia festival 12월31일)는 신앙심 깊은 시실리 소녀의 순교를 기리는 축제. 해가 뜨지 않은 이른아침 흰 원피스에 붉은 띠를 두른 채 머리에 촛불(빛;루시아)장식과 촛불을 든 소녀들의 행렬이 전국에 있는 학교, 병원, 양로원 등으로 이어지며 노래와 빵, 커피 등을 나눠주는 풍습을 갖고 있다.
스웨덴의 크리스마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데 성탄절 전야에 온 가족이 모여 전통음식인 스모가스보드를 즐긴다. 특히 크리스마스 햄이 필수적인데, 햄 국물에 빵조각을 적셔 먹는 ‘dipping in the pot’이라는 풍습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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