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Drug Design & Discovery

의약화학의 이해 | 의약품의 역사적 발견

곰뚱 2020. 2. 8.

역사가 시작되면서 인류에게는 여러 종류의 질병이 따랐고, 그들은 이러한 질병과 싸워서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생존을 위한 질병과의 투쟁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물질 중에서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는 물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약초를 발견하고 약효가 있는 광물질을 발견하였으며, 동물이나 동물의 일부분을 섭취하였을 때 질병으로 인한 신체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였다. 오늘날 그러한 약초와 광물질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러한 발견은 장시간을 두고 축적되고 또, 그러는 중에 나름대로 체계도 세워지면서 정리되어 왔다.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약용 식물들. 약 3000년 전부터 알려진 양귀비 (opium poppy)는 morphine, heroin, 그리고 codein과 같은 강력한 진통제 제조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디기탈리스 (Foxglove, Digitalis purpurea)1250Welch(영국의 남부지방)의 의사가 처음으로 기술했는데, 이 식물은 심근의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심장약의 원료로 사용된다. 인도사목(Rauwolfia serpentina)은 힌두족이 고대부터 고혈압증 불면증, 정신착란 등의 치료제로 사용했다. 그 뿌리는 뱀에 몰렸을 때에 해독제로서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뿌리가 뱀과 비슷한 모양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 물질에서 추출한 reserpine1950년대부터 정신병 치료약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또한 고혈압 강하제로서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atropinescopolamine의 원료로 쓰이는 belladonna(Atropa belladonna)는 고대 힌두 사람들이 사용하였다. 중세에는 독을 쓰는 사람들이 사람의 시각을 흐리게 하며 환각을 유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였는데, 오늘날은 주로 동공을 확대시키는 안약으로 쓰인다. Curare (Chondodendron tomentosum)는 지난 여러 세기 동안 남미의 인디안들이 독화살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는데, 이 식물에 서 얻는 물질 은 오늘날 근육 이완제로써 진탕증 (shock) 치료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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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이집트 미라의 무덤에서 발견된 Ebers Papyrus라는 고문서는 BC 1552년에 발간된 것으로 700종의 약품과 811종의 처방이 기재되어 있다. 후한(後漢AD 22-250) 시대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신농본초경 神農本草經)에는 356종의 처방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중국 약전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BC 1552 년에 발간되었다는 이집트의 Ebers Papyrus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는 자연에서 얻은 약물 중에서 과연 무엇이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그것올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19세기에 들어와서는 화학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이들 약효 성분의 화학적 구조가 규명되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호기심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러한 물질들이 생체 내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약리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알아보려고 시도하였으며, 이렇게 하여 얻은 지식의 축적은 새로운 약물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이러한 지식을 기초로 해서 그들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 중에서 새로운 약물을 찾아냈고 더 나아가서는 약효가 있을만한 물질을 분자적 수준에서 설계하여 합성하기에 이르렀다.

 

Morphine1806년에 아편으로부터 처음으로 분리되었고, 1823년에는 quinine, 그리고 원형제인 atropine1833년에 약초로부터 순수한 상태로 얻어졌다. 19 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인공으로 합성한 물질 중에서 약이 얻어지기 시작하였다. 1886CahnHeppacetanilide에 해 열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는 그후 안티페브린(antifebrin) 이라는 이름으로 해열제로써 사용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널리 사용되던 phenacetin이 다음 해인 1887년에 발견되었다. 오늘날 가장 흔히 쓰이는 가정 상비약 아스피린(aspirin) 이 발견된 것도 이 시기이다. 독일의 Bayer사의 화학자 Hoffman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자기 부친에게 부작용이 심한 salicylic acid 대신 자신이 합성한 acetylsalicylic acid를 복용하도록 권해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우수성이 발견되었고, 1899년에 새로운 약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1903년에는 수면제인 바르비탈(barbital)Fischervon Mering에 의하여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Berlin에 있는 Kaiserlich 특허청에서 발행한 아스피린의 등록 증명서 (1899. 3. 6) 1900년경의 아스피린제

 

화학적 합성을 통해 약효 성분의 분자구조를 체계적으로 변형시켜 화학구조와 약리 효과간의 상관관계를 세우고, 이를 기초로 하여 질병의 치료제를 도출해 내는 현대식 약물 발견의 첫 사례로서는 Paul EhrlichSalvarsan 개발을 들 수 있다. 독 치료제인 Salvarsan은 한때 흔히 606호라고도 불 리었는데, 이것은 Ehrlich와 그의 공동 연구자들이 항균제 개 발을 목적으로 합성한 일련의 물질 중에서 606 번째의 것이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Atoxyl (sodium P-aminoph enylarsenate)1904년에 열대 아프리카의 전염병인 수면병 (sleeping sickness) 의 치료제로 등장하였는데, 이 약은 매독 치료에도 효과가 있음이 곧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약은 눈을 멀게 하는 무서운 독성 때문에 매독 치료제로서는 그 당시에 사용되던 수은제와 비교해서 별로 장점이 없는 약물이었다. Ehrlich는 그러한 독성은 Atoxyl의 분자 구조 변형을 통해서 제거될 수 있을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가면서 많은 Atoxyl 의 유사체들을 합성하여 이들의 약리효과를 조사하였으나 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606호도 이때 합성되었지만 이 물질도 그의 조수가 행한 1차 약리검색 실험에서는 항균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도 실험방법이 나빴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무튼 이 약물도 다른 수백개의 합성물질과 같이 빛을 보지 못할 뻔하였다.

 

Salvarsan 발견 당시의 Paul Ehrlich와 Sacachiro Hata

 

때마침 일본의 미생물학자 HataEhrlich 연구실에 연수차 도착하였는데, 그는 그 곳에오기 전 일본에서 그 당시 잘 알려진 Spirochaeta pallida 균을 토끼에 접종시켜, 매독 증상을 나타나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Ehrlich는 곧 Hata에게 그들이 합성한 물질들을 인위적으로 감염시킨 동물들에게 투여하여 그들의 항균효과를 재조사토록 지시하였다.

 

이 실험에서 606번의 코드번호를 가진 물질이 강력한 항매독균 효과가있음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그 후 간단한 독성시험을 거쳐 Salvarsan이라는 이름으로 매독 치료제로 등장하였으며,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가 나오기 전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Gerhard Domagk

 

그 후 약 30년이 지난 1932년에 독일의 세균학자 Domagk는 항균제 프론토실(prontosiI)을 발견하는데 성공하였다. DomagkStreptococcal septicaemia로 사망한 사람으로부터 취한 Streoticocci계의 균을 쥐에 접종시켰을때 감염으로 인해 쥐가 사망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감염시킨 쥐를 모델로 하여 수 많은 화합물들의 항균-효과를 조사하던 중 처음으로 금()화합물에서 항균효과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 화합물은 신장장애를 일으키는 등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 치료제로는 부적합하였다. 그는 금 화합물이 아닌 순수한 유기화합물들을 테스트하는 중에 아조계와 acridine계 화합물들도 항균 작용이 있음을 발견하 였으며, 꾸준한 노력 끝에 프론토실이라는 화합물 이 현저한 치료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당시 독일에서는 유기염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던 때이므로 프론토실도 사실은 MietzschKlarer에 의하여 염료로서 합성된 적색의 아조계 화합물 중 하나였다. 임상시험을 통해서 이 약물은 독성이 적고 사람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됨으로써 곧 치료제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는데, 홍미로운 사실은 이 프론토실은 오직 생체 (living body) 에서만 효력이 있으며 시험관 내 (in vitro) 실험에서는 그 항균 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프론토실의 항균효과는 곧 파리의 Pasteur 연구소에 있는 과학자들에 의하여 확인되었다. 나아가서 그들은 프론토실이 생체 내에서만 항균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프론토실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고, 생체 내에서 프론토실이 변화되어 생긴 p-ammobenzenesulfonamide에 의한 것이라 추측하고 이 sulfonamideStreptococci에 대한 항균효과를 검색하였는데, 과연 쥐에서 프론토실과 동일한 효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in vitro 실험에서도 강력한 항균 효력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발견은 염료가 아닌 간단한 구조의 물질들도 생리작용을 가짐으로써 화학요법제로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고, 의약화학발전의 일대 전환점을 이루었다. 그 후 수천 개의 sulfonamide계 화합물이 합성되고 동물실험을 거쳐서 불과 수년 내에 수십 개의 새로운 sulfa제가 나와 sulfa제 전성시대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차대전 후 sulfa제들이 일시에 들어와서, sulfa제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무차별하게 남용되어 사회문제화된 적이 있었다.

 

sulfa제가 항균제로서 널리 사용됨에 따라서 이 계통 화합물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새로운 생리효과를 추가적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에게서 sulfa제를 사용할 때 혈당 감소의 부작용이 있음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후에 Tolbutamide와 같은 혈당 저하제 개발의 시초가 되었다. , 어떤 sulfa제는 복용시 요량(屈量)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러한 관찰은 sulfonamide 화합물들을 합성, 이들의 이뇨효과(利屈效果)를 검색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Chlorothiazide와 같은 강력한 이뇨제의 개발로 발전하였다.

 

Prontosil의 발견은 꼬리를 이어 새로운 sulfa제 개발로 연결된다.

 

이상은 약물의 발견 개발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의약품 이 희귀하였던 시대에는 어떤 물질의 약효가 발견되면 간단한 독성검사만을 거쳐 곧 임상 실험에 들어갔었다. 치료제가 없었던 당시에는 웬만한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약효에 못지않게 독성이나 부작용이 중요시되어 충분한 조사, 연구를 거쳐 그 새로운 약물의 사용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여러 실험을 통해서 증명하여야만 정부로부터 신약허가를 받고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하여 약효의 정도 차이는 있어도 이미 많은 약이 발견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새로운 약은 기존약들보다도 약효나 부작용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약리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임상적 측면에서 충분히 증명되어야만 정부의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미국의 신약개발 연구를 예로서 본다면 1940년대에는 약리검색을 한 새로운 물질 500 개 중 하나 정도가 약으로 등장할 수 있었는데 반하여 오늘날에는 약 5,000~-10,000 개 중에서 겨우 하나 정도가 치료제로 시장화된다.

 

오늘날 신약개발은 여러 분야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참여하여야 하는 하나의 종합 첨단 과학이다. 약물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화학자들을 비롯해서 이들이 합성한 물질들의 약리효과를 검색하고 그들의 부작용을 조사하여 그 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안전성 전문가, 그 약물의 체내에서의 신진대사를 연구하는 생화학자, 투여에 적합한 형태로 조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약화학자, 그리고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임상가에 임상시험에서 얻은 모든 자료를 분석하고 검토하는 임상약리학자 및 이들의 자료를 통계학적으로 정리하는 통계학자 등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협력함이 없이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여 시장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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