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수의 질병을 제외하고는 비록 만족할 만한 효력은 없다 하더라도 치료제가 알려지지 않은 질환 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병이 약으로다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상적인 약, 즉 유해한 부작용이 없고 목적하는 질병에 선택적으로 치료효과가 있으며, 사용이 간편한 약이란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형태는 생활환경, 위생시설, 생활수준에 따라 다르고, 또한 문명의 정도 및 생활 습관 특히 의식생활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 50 년 전만해도 폐결핵은 안정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는 병으로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불치의 질환이었으며, 중세기의 혹사병도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공포의 병이었다. 오늘날은 우울증이나 심장병과 같은 소위 문화병 또는 성인병이 사회와 인명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말라리아라고 하면 이제는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으나 40 ~ 50년 전만 하여도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에 시달렸고 아직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열대지방에서는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따라서 신약개발에도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새로운 과제와 도전이 계속야기 되고 있으며, 새로운 질병에 대한 의약품의 개발이 항상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약을 발견 하고 개발한다는 것은 약효나 부작용 면에서 기존의 치료제 보다도 우수한 성질의 약물을 개발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분자 구조적인 면에서 또는 약리학적 작용 기구면에서 아주 새로운 혁신형의 약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기존 약물을 의약화학적 분자변형 조작을 통해서 개량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을 아래의 네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
기존 약의 부작용 제거
이것은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물의 분자변형을 통해서 기존 약물이 가지고 있는 유해한 부작용이나 독성을 제거 또는 감소시킴으로써 보다 좋은 성질의 약을 개발한다는 것을 말한다.
모르핀(morphine)은 고대 희랍시대로부터 진통제로서 널리 사용되어 오던 신비의 약초 양귀비의 한 성분으로 1903년 독일의 Sertumer에 의하여 아편으로 부터 처음으로 순수한 형태로 얻어졌다. 아편은 양귀비의 미숙한 열매로부터 얻은 진을 공기 중에서 건조시킨 것이다. 모르핀은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강력한 진 통제이지만 계속 반복 사용할 때는 중독 현상을 유발하는 무서운 부작용이 있다. 모르핀의 분자구조는 분리된 지 22년 후인 1925년 영국의 Gulland와 Robinson에 의하여 처음으로 제시되었으며, 그 후 '27년이 지난 1952년에 Gates와 Tschudi가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하여 Gulland와 Robinson이 제의 한 화학 구조가 옳음을 확인하였다. 모르핀의 구조가 확립되자 많은 화학자들은 분자구조 변형을 통하여 중독성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미국의 국립연구원 약물중독위원회 (Committee on Drug Addiction of the Natiooal Research Council)는 1929년에서 1939년까지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이러한 연구를 지원하였다. 비록 중독성 제거에는 성공하지 못하였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이 복잡한 구조의 화합물에 있어 분자구조와 약리작용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많은 지식을 축적하게 하였으며, 이 기간에 약 150여 개에 달하는 모르핀 유도체들이 합성되었다. 이 중에는 모르핀보다 진통작용이 더 강하면서 중독성이 적은 물질들이 여러 개 있었다.
화학자들은 모르핀 분자 중에서 진통작용에 필수적인 구조요소를 찾기 위하여 모르핀의 분자를 절단하여 간소화시킨 여러 가지 부분구조의 물질들을 합성하여 약리효과를 조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별로 신통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여 고심하고 있던 차에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물질 이면서 강력한 진통작용이 있는 Meperidine 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독일의 Eislab가 합성한 Atropine과 유사한 구조의 물질로서 Atropine 이 소유한 진통효과(spasmolytic activity) 시험을 위하여 합성한 piperidine 유도체이다. 이 물질의 진통작용은 뜻밖의 발견이었다. 얼마 후에 이르러 비로소 화학자들은 Meperidine 이 모르핀의 구조와 비슷한 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 진통작용도 그러한 화학구조에 연유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Meperidine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는 진통제인데 약효력 (potency)은 모르핀의 약 1/10 정도지만 구조가 간단하여 용이하게 합성할 수 있어 생산가격이 저렴한 이점이 있다. 처음에는 중독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 후 면밀한 임상실험을 통해서 모르핀보다는 약하지만 역시 중독성올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Meperidine의 발견은 보다 우수한 진통제 개발 연구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이 방면 연구에 박차를 가하였다.
Meperidine을 기점으로 한 새로운 진통제 개발연구를 계속 추구한 I. G. Farbenindustrie 의 과학자들은 Methadone 개발에 또한 성공했다. 미국 Lilly 사에서는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Propoxyphene을 얻었는데, 이는 개발의 근거를 Methadone에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가 구조적인 면에서 모르핀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Grewe 는 1946 년에 N-methylmorphinan 의 개발을 발표하였는데, Nmethylmorphinan은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모르핀 분자구조의 기본골격을 소유한 구조적으로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이나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약 1/5 밖에 없었다.
그러나 Grewe 의 중요한 기여는 N-methylmorphinan의 발견 그 자체보다도 morphinan 분자골격의 물질을 얻기 위하여 그가 개발한 새로운 합성방법(그림 2) 으로서, 이로 인하여 phenazocine, benzomorphan 그리고 pentazocine과 같은 중독성이 감소된 보다 좋은 진통제들이 줄지어 개발되어 치료제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약물설계와 분자구조 변형을 통해서 모르핀이 소유한 무서운 금단현상의 부작용을 제거하려는 장기간에 걸친 많은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꿈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의약화학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