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Drug Design & Discovery

의약화학의 이해 | 신약개발의 여러 방법 - 2부

곰뚱 2020. 4. 11.

기존 약의 품질 개량

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Fleming 은 Staphylococci균의 배양정지를 검사하는 중에 뜻밖에 페니실륨 (Penicillium) 이라는 곰팡이로 오염된 배양접시의 배지에서 세균의 성장이 억제당하는 것을 관찰하였다(그림 1).

 

Fleming은 세균이 곰팡이에 의하여 자라지 못하는 것은 페니실륨으로부터 항균효과의 물질(항생물질)이 분비되는 것 때문이라 설명하고 이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술폰아미드제들이 활발히 개발되어 널리 보급되던 시대인지라 이 발견은 그 당시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림 1. Fleming 이  1928 년에 발표한 페니실린 발견에 관한 논문에 실렸던 그림

 

 

10 년이 지난 1938 년에 영국 Oxford 대학교의 병리학교수 Florey와 그의 공동연구자인 생화학자 Chain 이 lysozyme 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중 Fleming의 페니실린에 관한 연구논문을 접하여 이에 관심을 갖고 이 물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에 착수한 지 불과 수개월만에 이들은 그 항생 물질의 화학적 및 약리학적 성질을 규명하는데 성공하였고, 동물을 이용한 향균작용 실험에서 비록 불순한 상태이지만 그 물질을 포도상 구균에 감염된 쥐에 주사하였 을 때 놀라울 만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발견 하였다.

 

곧 이어 1941년 포도상 구균 및 연쇄 구균 에 감염되어 중태에 빠진 경찰관을 이 항생제로 치료하는데 극적으로 성공 하였다. 이 소식이 일반 뉴스 매체를 통하여 전 세계에 전해지면서 학계뿐만 아니라 세인들까지도 크게 놀랐다. 이 경찰관은 그 당시 널리 사용되던 술폰아미드 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거의 포기한 상태의 환자였다. 우연한 기회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은 후에 이것이 놀라운 항생제로 개발됨으로써 Florey 및 Chain과 공동으로 1945 년에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림 2).

 

이 항생제는 말할 것도 없이 당시로는 획기적인 신약이었지만 치료제로 볼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곧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최초의 페니실린제인 페니실린 G는 산에 불안정하여 복용시 위장 내에서 분해되어 그 약효가 상실되기 때문에 피하주사로만 투여가 가능한 것 외에도 그가 치료할 수 있는 세균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때에 페니실린 V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페니실린 생산과정에서 페니실린 G를 얻는 데 필요한 phenylacetic acid 대신에 phenoxyacetic acid 를 발효즙 (fermentation broth) 에 가해줌으로써 생성된 것이었다.

 

 

그림 2 Penicilln 제 개발의 핵심역할을 한 세 과학자들 (왼쪽부터  Alexader Fleming. Howard Walter Florey. Ernst Boris Chain) .  이들은  1945년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 했다

 

 

 

 

 

이렇게 하여 얻은 페니실린 V는 산에 대한 안정도가 높고 복용시 홉수가 양호하여 내복용 페니실린으로서 곧 임상가 뿐만 아니라 일반의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이 발견은 페니실린의 성질과 약효가 페니실린 분자구조 중에서 사슬과 같이 붙어 있는 유기근, 즉 곁사슬 (side chain) 에 의하여 좌우되며, 따라서 이의 변형을 통해서 페니실린의 성질을 개량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곁사슬 형성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질을 발효즙에 침가하여 줌으로써 개량된 페니실린을 얻고자 시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영국의 Beecham사의 과학자들은 곁사슬이 붙어 있지 않은 6-aminopenicillanic acid(6-APA) 를 곁사슬 형성에 사용되는 유기산이 존재하지 않는 발효즙에서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항생제 연구에 종사하는 의약화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 왜냐하면 6-APA 로부터 여러 다른 새로운 곁사슬을 가진 페니실린들을 합성적 방법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6-APA 는 또한 페니실린 amidase 라는 효소를 사용하여 페니실린 V 를 선택적으로 가수분해하여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4개의 연구소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발견되었다. 이렇게 하여 6-APA 가 대량으로 얻어질 수 있게 됨에 따라 세계 각처에서는 경쟁적으로 새로운 곁사슬이 붙은 페니실린을 합성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결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다수의 향상된 페니실린들이 치료제로서 개발되게 되었다.

 

6-APA 에 곁사슬을 화학적 방법으로 축합시켜 얻은 페니실린을 반합성 페니실린(semisynthetic penicillin) 이 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러 면에서 초기의 페니실린인 페니실린 G 나 페니실린 V 에 비하여우수한 항균효과 외에도 소화기관 내에서 흡수가 용이하다든지 하는 등의 독특한 약리학적 내지 약화학적 특징을 소유하는 개량된 페니실린제들이 였다.(그림 3) .

 

 

그림 3 초기 페니실린제들의 화학구조와 특성

 

 

페니실린 G는 몇 개의 Gram 음성 미생물에 대하여 매우 우수한 효능이 있었으나, 악성 감염을 초래하는 음성균에 대해서는 신통치 않았으며, 복용하였을 때 대부분이 위내에서 분해되어 버리고 단지 복용한 용량의 1/3 정도 만이 흡수되는 탓으로 경구투여제로는 부적당하고 근육주사로 투여하여야 했다. 또, 배설이 빠르기 때문에 자주 투여하여야 했다. Phenethicillin 은 최초의 반합성 페니실린제로서 6-APA 에 a-phenoxypropionyl chloride 를 작용시켜서 얻은 것으로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복용할 때 페니실린 V 보다도 더 신속하고 양호하게 홉수되었다.

 

페니실린제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여러 균주(strain) 특히 포도상구균 (Staphyloccocz) 균들이 페니실린제들에 대하여 저항성올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들 포도상구균들은 β-lactamase 라는 효소를 분비하는데, 이 효소는 페니실린의 β-lactam 고리를 절개하여 페니실린의 항균력을 소멸시키는 것이었다. Brain 등은 다수의 반합성 페니실린들올 합성하여 이 물질들의 항균 작용올 조사하던 중에 페니실린 분자의 아미드 카르보닐기 근처에 부피가 큰 유기근을 도입 할 때 β-lactamase 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함을 관찰하고, 이러한 입체장애를 통한 β-lactam 고리의 안정화라는 접근방법을 발전시켜 β-lactamase 에 안정한 Methicillin을 개발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Methicillin은 비록 포도상 구균 감염에 대하여 상당한 효력을 나타내기는 하였지만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즉, 효력이 낮고 산에 불안정하여 한 번에 1 그램 이상을 하루에 4 ~ 6회에 걸쳐 주사하여야 했다. Methoxy기보다도 부피가 더 큰 alkoxy기를 도입시키면 β-lactamase에 대한 저항은 향상되나 대신 항균효력이 저하되었다. 그 후에 개발된 isoxazolyl 기를 함유한 Oxacillin, Dicloxacillin, 그리고 Floxacillin 등은 모두가 산성에 대하여 비교적 안정하며 경구투여시 홉수가 양호한 등 Methicillin의 결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페니실린제들이었다.

 

195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페니실린 N 과 Cephalosporin C 의 발견은 아미노산을 페니실린의 곁사슬로 사용함으로써 페니실린의 항균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6-APA 와 아미노산인 phenylglycine을 축합시켜서 얻은 Ampicillin은 그램 양성균에 유효할 뿐만 아니라 그램 음성균에 대해서도 상당한 항균력을 보유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개량된 페니실린제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β-lactamase 에 불안정하여 포도상구균 감염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Ampicillin phenyl 기에 히드록시기 (OH) 를 첨가시켜서 얻은 Amoxycillin 은 복용시 Ampicillin 보다 홉수가 양호하고 높은 혈중농도를 나타냈고, 카르복실산기 (CO2H) 를 도입시킨 CarbenicillinPseudorrwnas 균종이나 Ampicillin 에 저항하는 Proteusit 등 그램 음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에 대하여 효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화기관 내에서는 흡수가 불량하여 피하주사로서 투여해야만 하고 치료 도중 박테리아에 대한 저항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어 많은 용량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최근에 개발된 Piperacillin은 이제까지 정복하기 힘 들 었던 Pseudomonas aeruginosa를 포함한 그램 음성균뿐만 아니라 그램 양성균에도 유효한, 강력한 광범위 페니실린제로서 그의 효력은 aminoglycoside 계 항생제를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약의 효력 (potency) 증진

미국 Merck사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개발한 새로운 이뇨제인 Dichlorphenamide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중에 5-chloro-2,4-disulfamoylaniline을 개미산(formic acid) 과 반응시켜 얻은 고리상의 화합물 Chlorothiazide가 예상외로 강력한 이뇨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ChlorothiazideDichlorphenamide와는 달리 염소이온 (Cl-) 의 배설도 동시에 증가시켜 거의 정상 성분의 뇨를 배설시킴으로써 이상적인 이뇨제라 생각되었다. 그 전까지의 이뇨제들인 carbonic anhydrase 라는 효소의 억제제와는 달리 , ChlorothiazideNa+Cl-의 신세뇨관 수송(賢細屈管 輸送, renal tubular transport) 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이뇨효과를 나타내었기 때문에 내복할 수 있는 보다 우수한 이뇨제로서 1958 년에 시장화되었다. 그러나 이 약물 또한 얼마 안 가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점이 발견되었는데, 즉 과중 (500-750mg/day) 한 복용량이 요구되고 심한 부종에는 오직 제한된 효과만이 있었다.

 

좀 더 강력한 이뇨효과를 소유한 향상된 이뇨제 개발에 몰두하던 미국 Ciba사의 연구원들은 Hydrochlorodiazide를 얻었는데, 이 것은 5-chloro-2,4-disulfamoylaniline 을 개미산 대신 fomaldehyde 와 작용시켰을 때 생성된 물질로서 Chlorothiazide 와의 차이는 단지 Chlorothiazide 의 thiadiazine 고리의 이중 결합 대신 단일결합을 가진 것 뿐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이뇨효과는 거의 Chlorodiazide 10 배를 능가했으며, Chlorothiazide보다도 K+ HCO3-의 배출이 줄어들어 Chlorothiazide 사용시 경험했던 전해질 불균형의 부작용이 감소되었다. 이러한 이뇨제들은 오늘날에도 고혈압치료제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그림 4).

 

 

그림 4 기존약의 효력 증진을 통한 신약개발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