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logy/면역학

면역학개론 | 항원(Antigen)

곰뚱 2020. 4. 18.

항원은 우리 몸에 들어와 항체를 만들게 하며, 만들어진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항원은 비록 항체 반응을 유도한다 하여 항원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항원에 의하여 언제나 항체반응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항원은 B 림프구와도 반응하지만 T 림프구와도 반응하며, 그 결과 T 림프구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연구 결과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 핵산 등과 같은 생체물질 뿐 아니라 인공적인 화학물질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질이 항원이 될 수 있으며, 이들 항원 중 단백질항원은 T 림프구와도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원성과 면역원성 (antigenicity vs immunogenicity)

 항원 (antigen)이 비록 항체와 결합하기는 하지만, 실험 동물에 항원을 주사한다고 언제나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항원은 특별한 처리 없이 주사하여도 항체가 잘 만들어지는 가 하면, 어떤 항원은 조건이 맞아야 항체 생산이 유도될 수 있다.  , 항원은 항체와 반응하긴 하지만, 스스로 항체반응을 유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T cell의 반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 들어와 항체 반응 (체액성면역반응)이나 세포매개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일반적으로 항원과 구별하여 면역원이라고 부른다 (immunogen).

 

면역원은 B림프구와 반응하여 B림프구를 플라즈마 세포로 활성화시켜 항체를 생산하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또한 어떤 면역원은 T 림프구와도 반응하여 T 림프구를 helper T cell이나 cytotoxic T cell로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항원의 면역원성은 합텐 (hapten)이라는 물질에 대한 항체반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되었다.  1920년대 K. Landsteiner는 항원-항체 결합을 연구하기 위하여 분자량이 작은 유기화학물질 (small organic molecules)을 이용하여 항체 생산을 유도하였다.

 

그는 dinitrophenol (DNP)을 합텐 항원으로 이용하였으며, DNP만을 실험 동물에 주사하면 DNP 합텐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DNP 합텐을 BSA (bovine serum albumin, 소 혈청알부민)에 공유결합 시킨 후 주사하였더니, DNP에 대한 항체가 생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림 1). DNP 합텐을 BSA와 같은 다른 단백질에 결합시켜 주사하면, 항원 역할만 하던 합텐이 면역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후, 합텐과 결합하여 합텐에 대한 항체의 생산을 유도한 단백질을 운반자 (carrier)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연구는 그 후 발전되어 합텐은 합텐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는 B 림프구와 반응하며, 운반자 단백질은 운반자와 반응하는 T 림프구와 반응하여 합텐에 대한 항체의 생산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1980년대 MHC (주조직적합복합체)의 기능이 밝혀지고 나서야 분자생물학적으로 이해되게 되었다.

 

Figure 1. 합텐은 항체와 결합할 수 있지만, 그것 자체는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능력(면역원성)이 없는 물질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결합되면 면역원성을 띄게 된다.

 

 

면역원성을 결정하는 요인들

면역원성은 항원 그 자체의 성질과도 관련이 있지만, 항원외적인 요소에 의하여도 영향을 받는다. 항원의 경우, 항원의 이질성 (foreignness), 분자량 (molecular size), 화학조성과 복잡성 (chemical composition and complexity), 항원제시세포와의 결합성 (antigen presentation) 등에 영향을 받는다.  항원외적인 요소에는 숙주의 유전적 구성, 항원의 양과 투여경로, 에져반트 (adjuvant)의 사용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선 좋은 면역원이 되기 위하여는 그 물질이 숙주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생명체의 분자여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단백질은 생쥐에서 좋은 면역원이 되겠지만, 생쥐의 단백질은 생쥐에서 그렇지 못하다. 또한 비록 다른 생명체의 물질이라 하더라도 그 물질이 두 생명체에서 비슷하다면 좋은 면역원이 되지 못한다. 분자량의 문제는 이미 합텐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분자량이 5000달톤 이하 되는 물질은 대부분 좋은 면역원이 되지 못한다. 하나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polypeptide 항원의 경우,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그 면역원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비록 분자량이 큰 항원이라 하더라도 그 화학적 조성에 따라 면역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학조성이 복잡하여 그 구조가 복잡할수록 면역원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B림프구는 항원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핵산 등 어떤 것이라도 반응할 수 있으나, T 림프구는 단백질항원과만 반응한다. 항체반응이든 어떤 반응이든 간에 대부분의 면역반응에서 T 림프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하여는 항원이 단백질일수록 유리하다.

 

항원제시세포는 항원을 조작하여 (processing) T 림프구에 보여주는 (presenting) 세포를 말하며, T 림프구가 항체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 세포와의 반응성도 항체생산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항원은 항원제시세포에 의하여 T 림프구에 단백질의 일부가 제시되며, 단백질이 아닌 항원의 경우는 항원제시세포와 잘 결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항원이 되기 위하여는 항원이 단백질이거나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숙주의 유전적 조성은 항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받고 어떤 사람은 항체가 생기나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예로는 사람마다 알레르기반응이 다른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는 항원을 받아들인 사람마다 그 항원과 반응하는 정도가 다름을 뜻하며, 이러한 차이는 숙주의 일부 유전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이러한 유전적인 차이는 주로 주조직적합복합체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원을 투여하는 양과 어디로 투여하는 가 하는 것도 면역원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너무 많은 양의 항원을 투여하거나 너무 적은 양을 투여하면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같은 항원대하여 더 이상 반응하지 못하는 내성 (tolerance)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 또한 반복된 항원의 주사는 항체생산을 도와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는 예방접종 때 항원을 여러 번 주사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항원을 어디로 투여 하느냐도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먹는 것보다는 주사와 같은 비경구적인 투여 (parenteral)가 면역반응을 잘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juvant는 항원과 혼합하여 투여하면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높혀 주는 물질을 말한다. 이들 물질은 숙주 내에서 항원이 보다 오래 존재하도록 도와주거나 다른 면역세포들을 자극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aluminum potassium sulfate (alum)이나 Freund's adjuvant 등은 항원이 조직 내에 오래 지속되게 하는 역할을 하여 애져반트로 이용된다. 또한, complete Freund's adjuvant (CFA)는 항원이 지속되게 할 뿐 아니라, 그 속에 있는 Mycobacterium의 세포벽 성분은 대식세포를 자극하여 면역반응을 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항원결정부위 (antigenic determinant, epitope)

 항원과 항체의 결합을 살펴보면, 항체는 항원과 상보적으로 결합하며, 또한 그 결합하는 부위의 크기는 항원 전체가 아니고 항원의 일부 지역이다. 이와 같이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의 일부 지역을 항원결합부위 (antigenic determinant) 또는 에피톱 (epitope)라고 부른다. (Figure 2)

 

Figure  2 .  항원의 일부 지역과 항체와의 결합

 

항체는 항원과 직접 결합하며, 항원의 입체구조를 있는 모양 그대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항체의 경우 상보적 결합이라는 말은 항원과 항체의 결합부위의 입체구조가 서로 상보적이라는 말이 된다. 크기가 큰 항원들은 항체가 결합할 수 있는 지역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가지의 항체와 결합할 수가 있다. 또한 항체의 경우 이들 에피톱의 구조는 항원 내에서 어떤 것은 연속적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서로 떨어진 부분이 입체적으로 모여서 이루어진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자의 크기가 작은 항원의 경우는 항원결정부위가 적기 때문에 하나 또는 소수의 항체와 결합할 수도 있다.

 

T 림프구의 T 세포수용체 (TCR)도 항원과 결합할 수 있으며, 이때에도 항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TCR은 항원 전체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항원의 일부분과 반응한다. 그러므로 이때에도 TCR과 결합하는 항원의 일부 부위를 T cell 항원결정부위 또는 T cell 에피톱 (epitop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TCR의 항원 결합은 항체의 경우와는 아주 다르다. 같은 항원이라 하더라도 투여할 당시의 모양에 따라 항체와 TCR은 다르게 항원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항원을 원래의 형 (native form)으로 주사한 다음 얻어진 항체를 이용하여 항원과 반응시켜 보면, 그 항체는 항원이 원래의 형일 때에는 반응할 수 있지만, 항원을 변형시킨 경우 (denatured form)에는 반응하지 못한다. 즉 항체는 항원의 구조를 인식하며, 항원의 구조가 바뀌게 되면 반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TCR의 경우는 다르다. 항원을 원래의 형으로 주사하여 얻은 T cell들은 항원이 원래의 형이든 변형된 형이든 상관없이 항원과 반응한다. T 림프구는 또한 단백질 항원과만 반응하며, 그 단백질 항원이 다른 세포(항원제시세포)에 의하여 조작되어 (antigen processing) 제시되었을 (antigen presentation) 때에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항원은 대식세포나 B 림프구와 같은 세포에 들어가서 분해되며, 그 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MHC 단백질과 단백질항원의 일부분 (antigenic peptide)이 결합하게 되고 (antigen processing), MHC peptide 복합체는 다시 세포표면에 발현되어, T 림프구의 TCR과 반응하게 된다. 이때, MHC와 결합하는 항원펩타이드는 10여 개 정도의 연속된 아미노산 배열이 되며, 결과적으로 T 림프구는 항원의 구조를 인식하지 않고 항원의 아미노산 배열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항원의 항원결정부위가 T 림프구와 B 림프구 (항체)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인식되는 것은 항원을 보다 정밀하게 검색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일부 항원들, 예를 들어 바이러스나 세균의 항원들은 본질은 그대로인데 그 모양을 변형하기도 한다. 이때, 변형된 모양은 기존의 항체들이 알아볼 수 없게 되며, 결과적으로 면역반응을 회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미노산 배열이 그대로 이라면 T 림프구에 의하여 인식될 것이고, 결국에는 다시 면역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보다 복잡한 항원의 경우, 에피톱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 하나의 항원에서 B 림프구 에피톱과 T 림프구 에피톱은 서로 같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또한 모든 에피톱이 모두 같은 정도로 림프구와 반응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에피톱은 B림프구나 T 림프구와 보다 잘 반응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게된다. 일반적으로 림프구 강하게 반응하여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에피톱을 면역우성에피톱 (immunodominant epitope)라고 부르며, 당연히 이들 에피톱과 반응하는 항체가 많이 만들어지기 될 것이다. 이러한 에피톱을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면, 미생물들이 특정한 에피톱만을 가지게 되어 면역반응을 회피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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