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들은 한 경작지에서 지력이 다할 때까지 곡물을 재배한 후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 새 땅으로 이주하였다. 화전 경작의 주기는 대부분 한 해를 넘기지 못했으며 지력을 되살리지 않고 5년 이상 제대로 경작할 수 있는 땅은 거의 없었다. 농촌은 고대에 발달하기 시작해서 중세기에 번창하였다. 정착 농민들은 같은 농지에서 오랫동안 경작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방법을 필요로 하였다. 그 당시 사람들은 윤작을 할 때 콩과식물을 심거나 두엄 그리고 죽은 물고기 등의 모든 유기물들을 사용하여 경작지의 생산력을 보존하였다.
현재 전 세계 곡물 재배 면적은 약 40억 에이커 정도로 추산된다. 이 면적을 전 세계 인구로 나누어 보면 1인당 0.8 에이커 미만의 면적이다. 모든 경작지에 현대의 화학 비료 농법이 이용되면 이 정도의 면적에서 생산되는 식량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1 에이커의 경작지 당 약 40달러 정도의 비료를 사용하면 전 세계의 곡물 생산량은 50% 가량 증가할 것이며 이 증가분은 현재 경작중인 땅 20억 에이커가 늘어난 것과 맞먹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증산을 하기 위하여 써야 하는 비용은 1,600억 달러 가량의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한 가지 영양소만 들어 있는 비료를 단일성분비료(straight fertilizer)라 하고 세가지 영양소를 섞은 것을 완전비료 또는 복합비료라고 한다. 질소 공급원인 요소와 칼륨 공급원인 염화 칼륨은 단일성분비료의 예이다. 많이 필요한 영양소(macronutrient)들은 간단한 무기 이온 형태로 뿌리를 통하여 흡수된다. 즉 질소는 질산염(NO3-), 인은 인산염(H2PO4- 또는 HPO42-), 그리고 칼륨은 K+ 이온 형태이다.
유기질 비료들도 이러한 이온들을 공급할 수는 있지만 비료 작용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많은 양을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화학비료의 분석번호가 6-12-6인데 반하여 퇴비는 0.5-0.24-0.5 정도이다. 여기에 쓰인 숫자들은 순서대로 비료에 들어 있는 질소와 P2O5 형태의 인 그리고 K2O 형태인 칼륨의 퍼센트 분석 또는 등급을 나타낸 것이다.
화학비료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이온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토양에 살포했을 때 그 이온을 식물이 직접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기 이온들은 토양에서 비교적 쉽게 씻겨 나오므로 경작지 내에 머물러 있게 하지 못할 경우 공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질소
시판용 비료의 고정 질소는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성시키는 하버(Haber) 공정으로 만든다.
이 공정에서 사용하는 순수한 질소를 얻는 방법은 액체 공기에서 산소와 다른 기체들을 증류하면 된다. 그러나 수소를 얻기는 대단히 어렵다. 현재는 프로판과 같은 석유산물을 촉매 존재하에서 뜨거운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다.
따라서 암모니아 비료의 가격은 석유 가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는 수소의 생산단가는 석유로부터 얻는 것보다 더 비싸다.
수소를 얻는 방법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방법을 쓰더라도 수소를 생산하는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비료의 가격이 오르게 되고 그 결과 식량의 가격도 필연적으로 오르게 된다. 보통의 온도와 압력하에서 암모니아는 기체이다. 그러나 압력이 높아지면 무수 암모니아(anhydrous ammonia)라 부르는 액체 암모니아가 된다.
무수 암모니아는 토양에 직접 주입시킬 수 있다. 주입된 암모니아는 극성의 암모니아 분자가 토양 속에 함유되어 있는 물과 친화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토양에 머물러 있게 된다. 그러나 액체 암모니아는 대기중에서 쉽게 증발하고 밀도가 커서 공기 중으로 잘 퍼져 나가지 못 하므로 주변의 대기를 유독하게 만들 수 있다.
질산염 비료
토양에 암모니아 형태로 있는 질소는 식물이 자라는데 그대로 이용될 수 있다. 보통의 토양 조건 하에서는 암모니아 분자가 수소 이온과 결합하여 암모니움 이온을 생성한다.
토양은 산소가 풍부한 산화매질(oxidzing medium)이기 때문에 암모니움 이온이 질산화작용(nitrification)이라 부르는 산화 과정을 거쳐 질산염 이온(NO3-)으로 된다. 그리고 식물은 이 질산염 이온을 흡수한다.
고체 질산염 비료들은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다. 하버 공법으로 얻은 암모니아를 백금 촉매 위에서 산소와 함께 태우면 일산화질소(NO)가 생성된다.
이 NO는 공기 중의 O2와 즉시 반응하여 NO2를 생성한다.
NO2는 다시 물과 반응하여 질산과 아질산을 생성한다. 아질산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열 분해되고 이 때에 다시 생성된 NO를 증발시켜 재활용한다.
결국 암모니아는 위의 과정에서 생긴 질산과 반응하여 질산암모늄(amm- onium nitrate : NH4NO3)을 생성한다. 무기질 질산염 비료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농지 부근의 지하수를 질산염으로 오염시킨다. 식수와 음식물에 들어있는 과량의 질산염은 혈액 질환을 유발하고 발암 물질인 니트로스아민(nitrosamine)을 생성하는데 관여한다. 따라서 질산염을 지하수에 유입되지 못하게 하거나 식수의 정수 과정에서 제거해야 한다.
홍수가 난 지역의 토양은 공기의 산소와 접촉이 차단되면서 급속히 환원 매질이 된다. 이러한 조건에 있는 질산염은 탈질산화작용(denitrification)이 일어나서 질소로 환원되어 공기 중으로 달아난다. 가용성 질산염 비료를 뿌린 토양이 3~5일 정도 물에 잠기면 탈질산화 작용에 의하여 15~30% 가량의 질소가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소 비료
요소(urea ; NH2CONH2)는 비료로 광범위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가축의 보조 사료로도 쓰이는 중요한 화학 물질 중의 하나이다.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는 200℃ 근처의 고압에서 반응하여 카르밤산암모니움(ammonium carbamate)을 생성하고 이 물질은 물과 요소로 분해된다.
물과 요소 그리고 질산염암모니움을 혼합한 현탁액(slurry)은 종종 액체 질소라는 이름으로 곡물에 사용된다. 이렇게 만든 용액의 질소 함량은 30%까지 가능하고 보관과 사용이 용이하다. 작물이 자라는 주변의 땅 표면에 뿌려준 요소는 비나 관개용수에 의해 땅 속으로 녹아 들어가거나 그대로 유실되어 버린다. 요소가 가수분해되면 암모니아가 생성되며 이 암모니아의 일부는 공기 중으로 달아나고 일부는 토양 입자의 수분에 흡수된다. 따라서 절반 가량의 질소가 이런 식으로 유실될 수 있다.
인과 칼륨(인회암과 칼리석)
인회암(phosphate rock)과 칼리석(potash)은 광산에서 캐내어 가루로 만든 후 이들 원소가 부족한 토양에 직접 뿌려줄 수 있는 광물들이다. 인은 세계 곳곳에 있는 인회암 광맥에서 얻는다. 인회암 자체는 용해도가 아주 낮아 식물이 자라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회암을 황산으로 처리하면 과인산염(superphosphate)이라 부르는 용해도가 좋은 물질로 변한다.
날로 증가하는 인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규모가 큰 새로운 인회암 매장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채광 가능한 인회암에 불순물의 함량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불순물들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회암에 함유된 카드뮴의 농도인 것이다. 핀란드, 러시아 연합국 그리고 남아프리카 산의 인회암(P2O5)에는 ㎏당 3㎎ 정도, 세네갈산에는 무려 280㎎의 카드뮴이 들어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인회암에는 ㎏당 20~120㎎의 카드뮴이 섞여 있다. 카드뮴은 생명체에 대단히 유독한 물질이며 인산과 함께 고체 인비료에 함입되면 이를 식물이 흡수하게 된다. 카드뮴은 이온 교환법이나 가열산화법(calcination) 등으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공정을 거친다면 비료 생산 단가가 약 10% 가량 상승하게 될 것이다.
칼륨은 칼리석(K2CO3) 형태로 전 세계에 걸쳐 상당량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칼리석 채취가 어려운 이유는 광맥이 너무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형태의 용해성 칼륨은 염화물로서 염화 칼륨석(KCl)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 염화칼륨석은 식물에게 해로운 염화나트륨(NaCl)과 함께 섞여 있기 때문에 재결정 과정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
칼슘, 마그네슘, 황
식물 영양소로서 칼슘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칼슘은 점토와 광물질들에 널리 분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 때 쓰는 석회암의 주성분이다. 수산화칼슘(calcium hydroxide)은 중성과 알칼리성인 상태에서는 물에 거의 녹지 않으므로 식물에 해로울 정도로 많은 칼슘이 흡수되는 일은 없다.
산성 모래 토양 또는 마그네슘이 토양 입자와 너무 강하게 결합되어 불용성 물질로 존재하는 토양에서는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마그네슘의 양이 부족하다. 황산 마그네슘 또는 황산 마그네슘과 황산칼륨의 복염(double salt)은 마그네슘을 공급하는데 효과적인 물질이다. 또 석회암(dolomitic limes- tone ; CaMg(CO3)2) 가루도 토지에 뿌려주면 토양의 pH를 높일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과 칼슘을 함께 공급하는 이점이 있다.
모래가 많아서 배수가 너무 잘되는 토양은 황이 결핍되기 쉽다. 경작지에 황을 뿌려주면 작황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실증된 바 있다. 여러 가지 황 함유 화학 물질, 예를 들어 황산암모늄, 티오황산암모늄, 황산칼륨 그리고 황산칼륨마그네슘 등이 효과적인 황 비료이다.
미량 영양소
미량 영양소(micronutrients)를 비료로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원소가 얼마만큼 필요한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토양에 있는 각 원소의 양은 정밀한 분석 방법을 써서 알 수 있겠지만 그 결과만 보고 식물이 실제로 흡수할 수 있는 미량 원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미량 영양소들은 토양에 직접 살포하거나 식물 또는 파종하기 전의 종자에 투여할 수 있다. 철은 식물의 잎에 주입하며 몰리브데늄 화합물은 가루로 씨에 뿌려준다. 미량 영양소들은 많은 경우에 주영양소(macronutrients)와 혼합하여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혼합한 성분간에 어떤 화학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황산망간(manganese sulfate)은 망간의 효과적인 공급원이지만 용해도가 더 좋은 다인산염(polyphophate)비료와 섞여 있으면 효과가 없다.
미량 영양소를 비료로 쓸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는 전체 경작지에 골고루 같은 양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붕소의 경우 농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된다. 단위 면적당 정확한 양을 전체에 골고루 뿌려주지 못하면 동일 경작지 내에서도 일부에는 이 영양소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다른 부분에는 유독한 농도로 식물에 해를 줄 것이다. 농산물 생산에서 나타나는 몇몇 미량 영양소의 결핍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히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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